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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빠의 자리, 엄마가 만들어 줘야 한다

활짝웃자^^ 2013. 3. 2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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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라. 너 같이 못된 놈이랑 한 집에 살 수는 없다."

 

그녀는 남편에게 눈을 부라리며 덤비는 아들의 뺨을 사정없이 올려 붙였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자 다

른 쪽 뺨을 한 대 더 쳐올리며 악다구니를 썼다.

 

"그래, 네 놈이 아빠보다 힘이 세졌다 이거지. 그래서 아빠가 아빠로 안 보인단 말이지?"

 

엄마에게 뺨 두 대를 얻어맞은 아들이 썩은 나무 등걸처럼 풀썩 주저 앉으며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어요, 아버지.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엄마,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녀는 남편에게 무례하게 구는 아들을 보자 눈에 불꽃이 일었다. 좀처럼 가족들에게 큰 소리를 내지 않

남편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그녀의 남편은 수도복은 입지 않았지만 수도자처럼 고요했다. 어지간해서

 화내는 일도 없었다. 그런 아빠에게 아들이 눈을 부라리며 덤빈 것이다. 설령 아빠가 심각한 잘못을 했

지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이가 어리면 덜 분했을 것이다. 그런데 스물 일곱이었다. 대학을 졸

하고 막 취업이 되어 직장에 나갈 때였다. 나름대로 세상을 다 움켜 쥔 듯 한껏 으시댈 때였다. 오늘 이

로 넘기면 앞으로는 아빠를 더 우습게 여길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더 강하게 나갔던 것이다. 아

은 엄마 아빠 앞에 무릎 꿇고 빌었던 그날의 다짐대로 두 번 다시 그런 짓을 되풀이 하지 않았다. 늘 아

에게 손했다. 언제 어디서든 아빠를 챙겼고 행여 아빠의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까 섬세하게 마음을 썼

다. 

 

 

"아들과 마주치는 게 고역이예요."

예순을 앞두고 있는 그는 요즘 아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 서른을 넘긴 아들은 아빠가 퇴근해서 들어와도

방안에 앉아 입으로만 인사한다.

"다녀오셨어요?"

기왕이면 벌떡 일어나 현관 앞까지 나와 반갑게 인사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들이 어릴 때는 이런 문제

로도 이러쿵 저러쿵 하며 아들을 나무라기도 하고 혼찌검을 내 주기도 했었다. 명색이 가장이고 아빠 아

닌가. 그런데 종일 힘들게 일하고 들어온 아빠에게 공손히 인사하는 것도 못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

기도 하고 우습게 여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 그냥 넘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차츰 아들이 나

이가 들어가자 그짓도 그만 두었다. 이젠 일일이 부딪혀서 될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

보니 아들과 시나브로 멀어졌다. 

 

아들이 아빠를 그런 식으로 대할 때 엄마는 가만 있느냐고 물었다. 아빠가 아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싶으면 슬쩍 한 마디 보태고 그렇지 않으면 모른 척 방관한다고 했다. 도대체 이

할 수 없는 풍경이다. 아들 하는 꼬락서니가 그 모양인데도 어떻게 아무 말도 안할 수 있을까.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왔을 때 딸들은 현관까지 나가 공손히 인사한다. 나는 이런 딸들이 대단하거나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는가. 아빠가 외출했다 들어오든, 돈을 벌다 들어오든 그런

건 상관없다. 일단 밖에 나갔던 아빠가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만일 정성껏 인사하

않으면 다시 나오라고 한다. 그런 다음 재차 인사를 시킨다. 내 남편이 남보다 잘나서가 아니다. 남

다 특출한 능력이 있거나 나를 왕비처럼 떠받들어 줘서도 아니다. 아버지가 아닌가. 단지 부모라는 이

 하나만으로도 딸들은 제 아빠에게 공손히 인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하지 않는다면 어찌

자식고 가족이란 말인가.

 

아빠의 자리는 엄마가 만들어 줘야 한다. 자식이 아빠에게 잘못하거나 무례하게 굴면 엄마가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한다. 엄마의 자리 역시 아빠가 만들어 줘야 한다. 자녀들이 엄마를 무시하거나 업신여기

않도록 아빠가 마음을 써야 한다. 아무리 귀한 자식일지라도 남편이나 아내보다 자녀를 앞자리에

우는 것은 안 된다. '친구같은 부모'가 대세라지만 이는 부모 자식 간의 친밀도를 말하는 것이지 무

서한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정에도 위계질서라는 게 있다. 그게 무너지면 모든 것이 혼란스워진다. 아이들은 자신들보다 뒷

전에 있는 부모를 존중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물론 아이들이 없는 자리에서라도 남

편(아내)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그리하면 아이들은 자신의 아빠(엄마)가 그런 대접을 받

아도 되는 사람으로 안다. 그리하여 본 대로 배운 대로 따라할 것이다. 엄마가 아빠를 추켜주고, 아빠

가 엄마를 끔찍이 여는데도 녀들이 아빠(엄마)를 홀대할 리가 있겠는가.

 

자식이 아무리 귀해도 남편 다음이고 아내 다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녀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그

되어야 한다. 존경까지는 아닐지라도 존중할만한 아빠(엄마)가 없다는 건 자녀들에게도 불행한 일이

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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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내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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