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블록버스터와 블록버스터 속편(〈아이언맨 3〉〈지 아이 조 2〉〈분노의 질주:더 맥시멈〉〈토르:다크 월드〉〈친구2〉)과 블록버스터급 캐스팅(〈관상〉〈클라우드 아틀라스〉〈베를린〉〈카운슬러〉)에 의존한 대규모 영화들, 지구 전체를 날려버릴 정도의 재난 영화(〈월드워 Z〉〈퍼시픽 림〉〈엘리시움〉〈에프터 어스〉〈감기〉)가 매달 개봉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방한도 계속되었지만 예전만큼 박스 오피스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공포 영화는 오히려 쌀쌀해진 가을에 찾아왔다. 베라 파미가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던〈컨저링〉과〈마마〉〈숨바꼭질〉이 대표적이었으며 블록버스터의 극장 점령 속에서도 여자들이 공감할 만한 영화와 여배우들이 주축이 된 〈몽타주〉〈감시자들〉〈남자사용설명서〉 등의 작품도 꾸준히 선전했다.
케이트 블란쳇〈블루재스민〉
우디 앨런이 케이트 블란쳇으로 분한 듯, 영화 내내 쉬지 않고 떠든다. 남자 잘 만나 인생 바꿔보려던 여자의 구질한 인생기. 보고 싶지 않은 속내까지 다 꺼내 보여주는 찌질한, 여자판 홍상수 영화를 보는 기분, 그런데 유쾌하기 짝이 없다.
story 사업가 할과의 결혼으로 부와 사랑을 모두 가지며 명품을 휘감고 파티를 즐기던 뉴욕 상위 1%의 재스민. 그녀의 인생은 남편의 외도로 산산조각 난다. 결혼 생활을 끝내 버리고 하루아침에 땡전 한 푼 없는 빈털터리가 된 재스민은 여동생 진저에게 신세를 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날아온다. 명품 매장 하나 없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정반대의 삶을 살게 된 그녀. 인정할 수 없는 현실에 혼잣말은 늘어만 가고 신경안정제마저 더 이상 듣지 않던 어느 날, 그녀는 근사한 외교관 드와이트를 만나면서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한다.
산드라 블록〈그래비티〉
영화 평론가 이동진는 별 5개 만점을 주며, 경이롭다고까지 말했다. 꼭 이런 이유가 아니어도 무중력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중년의 산드라 블록의 모습은 결혼 안 하고 혼자 사는 여자들의 세상살이를 빗댄 것이 아닐까 자꾸 의심하게 된다. 조지 클루니를 만난 것은 산드라 블록의 근사한 몸매 때문이겠지.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운동 욕구가 타오르는 건 또 의외다.
story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스톤 박사는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면서 동료들이 죽고, 우주에 홀로 남겨진다. 중국의 우주 정거장을 통해 지구 귀환 시도를 하지만 9시간마다 되돌아오는 잔해로 가까이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구로부터 600km, 소리도 산소도 없다.
틸다 스윈튼〈설국열차〉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기차의 수많은 창문은 밖을 내다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탈주도 혁명도 불가능해진 영화 안팎의 세계를 환기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고 했다. <설국열차> 속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꼭두각시 지도자 메이슨이 여자이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 현실과 맞물리며 이 말이 더 와 닿는 건지도.
story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 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 칸.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지 17년째, 꼬리 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는 긴 세월 준비해온 폭동을 일으킨다.
김민희〈연애의 온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왜 슬퍼야 하죠?”라며 센 척하곤 곧바로 침대에 코 박고 끅끅대며 우는 모습이나 연애할 때 쓴 돈을 따지며 싸울 때의 모습, 옛 감정에 젖어 슬리퍼를 신고 서로를 찾아 뛰어다니는 모습들은 그 나이 대 여자들이 하던 짓 그대로다. 그래서 장영(김민희)을 한심해할 수 없고, <연애의 온도>를 기억하게 된다.
story 직장 동료 동희와 영은 3년차 비밀연애 커플. 남들 눈을 피해 짜릿하게 사랑했지만 오늘, 헤어졌다. 다음 날 아침, 직장 동료로 다시 만난 두 사람.
서로의 물건을 부숴 착불로 보내고, 커플 요금을 해지하기 전 인터넷 쇼핑으로 요금 청구서 폭탄을 던지고. 심지어는 서로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는 말에 SNS를 뒤지고 미행을 감행한다. 헤어지고 나서 사랑할 때보다 더 뜨거워진 동희와 영. 연애가 원래 이런 건가?
제니퍼 로렌스〈실버 라이닝 플레이북〉
로맨틱 코미디 부문으로는 오스카상을 수상할 수 없다는 속설을 깨고 22세 제니퍼 로렌스가 골든 글러브와 오스카상을 가져갔다. 길고양이 같은 연기를 한 제니퍼 로렌스는 이 영화 이후 디올의 뮤즈이자 패셔니스타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story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한 순간 감정이 폭발해 아내, 직장, 집은 물론, 정신까지 잃게 된 이 남자. 8개월의 병원 생활 후 ‘긍정의 힘’을 믿으며 아내와 자신의 인생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노력 중이다. 남편의 죽음 이후 외로움 때문에 회사 내 모든 직원들과 관계를 맺은 티파니. 저돌적인 대시와 내숭 없는 애정 표현으로 티파니는 팻의 인생에 갑자기 뛰어든다. 하루에도 감정 기복이 극단을 오르내리는 조울증 남자와 참을성 없는 성격의 성적 통제 불능 여자의 미친 로맨스.
/이지영 기자
출처 : MLounge 리빙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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