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고 질 좋은 잠은 최고의 보약이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시작됐습니다. 더위와 모기로 잠을 못 이루면 다음 날 생활에 큰 지장을 주기 일쑤죠.
그때 우리는 잠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됩니다.
건강하게 잘 자는 사람들은 며칠 못 자는 게 무슨 대수냐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잠의 고마움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매일 잘 자는 것은 분명 축복입니다.
기면발작, 폐쇄성수면무호흡증, 아프리카수면병, 치명성가계불면증 등 잠을 ‘제대로’ 못 자게 하는 증세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만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수면병은 연간 50만 명이 감염되고 그 중 5만 여명이 숨질 정도로 치명적인 질병입니다.
또 치명성가계불면증은 불면증으로 시작해 공포와 환각을 경험하다 죽음에 이르게 되는 희귀병입니다.
광우병처럼 프리온으로 알려진 방어성 세포 단백질이 뇌의 시상 부분을 공격해 잠드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이 병의 원인입니다.
건강한 사람은 잠을 잘 잡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잠을 못 자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것이죠.
무척 당연한 얘기 같지만 이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입니다. 질 낮은 수면과 수면 부족 등을 겪는 사람이 감기에 대한 저항력조차 낮았던 것입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연구팀이 21~55세의 건강한 남녀 153명을 대상으로 연속 14일간 수면시간과 수면효율, 피로도 등을 조사한 뒤 이들을 격리하고 라이노 바이러스가 든 액체를 코에 분무한 뒤 5일간 감기 발생 여부를 감시했는데 그 결과 평균 수면시간이 7시간 미만인 집단은 8시간 이상인 집단에 비해 약 3배가 더 감기에 걸렸습니다.
큰 병에 걸리면 고통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는 게 통념입니다.
하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고통이 더욱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멤피스의 암연구네트워크 에드워드 스테판스키 박사팀이 암환자 1만 14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면에 문제 있는 환자는 통증, 피로, 우울감을 더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미지출처: shutterstock]
우울증에 걸렸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잠을 잘 못 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하지만 수면장애 자체가 일종의 정신질환이며 우울증이나 주의력결핍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의 원인이라는 파격적인 연구도 나오고 있습니다.
수면부족이 체내 호르몬에 영향을 끼쳐 스트레스 조절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질 나쁜 수면과 수면부족은 각종 질병과 사고의 원인이 되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소모하게 만듭니다.
자신의 건강과 우리 모두의 안녕을 위해 오늘밤 하던 일과 걱정을 모두 접어두고 깊이 잠들어 할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점점 더 잠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시를 대낮처럼 밝히는 조명, 다양한 밤 문화와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한 야간이동, 스트레스,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과 각종 약물의 복용 등 현대인의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는 정말 다양합니다. 성인의 반 정도가 단기 불면증을 겪고, 10%는 급성 불면증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수면장애 환자는 5만 1000명에서 22만 8000명으로 4.5배 증가하였습니다.
수면장애에 의한 건강보험 진료비도 해마다 늘어나 2001년 44억 원에서 2008년 194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수면장애 환자가 연평균 20% 이상 증가하므로 앞으로 사회가 지불해야 할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입니다.
수면장애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재앙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액손발데스 호의 알래스카 해안 기름 유출사고,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인도 보팔 화학공장 가스노출 사고가 발생한 시간은 모두 0시를 넘은 심야 시간이었습니다. 이 치명적인 재앙에 관리자의 수면 부족과 순간의 졸음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질 나쁜 수면과 수면부족은 각종 질병과 사고의 원인이 되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소모하게 만들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과 우리 모두의 안녕을 위해 오늘밤 하던 일과 걱정을 모두 접어두고 깊이 잠들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출처 : KISTI 과학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