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평점테러, 건강한 영화 평의 場 사라지는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고 했던가. "의리를 보여주자"며 장난스럽게 시작한 영화 평점테러로 인해 충무로에 비상이 걸렸다. 덩달아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영화 평론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파파로티', '연애의 온도'를 비롯해 부가 판권 서비스를 시작한 영화 '남자사용설명서'까지 연이어 관객들을 찾아오는 한국영화들이 수백 건의 1점짜리 평점을 받는 평점테러에 시달리며 고초를 겪고 있다.
세대를 대표하는 두 배우 한석규와 이제훈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파파로티'는 9점대를 유지하던 평점이 평점테러 이후 7점대까지 떨어지는 치명타를 입었으며 '연애의 온도' 역시 9점대의 평점에서 한순간에 3점대까지 떨어지는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는 일부 네티즌이 각 영화의 포털 평점 게시판을 방문, 영화와는 관련 없는 댓글을 달며 최하점인 1점을 주는 식의 평점테러로 평점을 낮추고 있기 때문. 실제 한 포털 사이트 평점 게시판은 영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영화에 의리가 없네", "의리가 없다. 의식주 중 가장 중요한 의리가", "영화 자체가 의리가 없는 것 같다. 0점 없냐" 등의 내용으로 도배돼 있다.
이처럼 일부 네티즌의 의도적인 평점테러는 '의리'로부터 시작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리있는 남자인 배우 김보성이 출연한 영화 '영웅:샐러멘더의 비밀(이하 '영웅')'을 평점 1위로 만들어보자"는 글이 게재, 이후 덩달아 '영웅'과 동시기에 개봉하는 영화들의 평점을 낮추는 평점테러가 이뤄진 것. 말로는 '의리'로 시작된 일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일부 네티즌의 일방적 '놀이'에 가깝다.
장난스럽게 시작한 일부 네티즌의 놀이는 갓 개봉한 영화로 불똥이 튀었다. '파파로티'의 한 관계자는 "평점이 절대적으로 관객수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관객들이 두 편의 영화를 고민할 때, 평점을 참고자료로 한 편의 영화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으며 '연애의 온도' 측 역시 "관객들은 일부 네티즌의 장난어린 평점테러 상황을 모르니 평점만 보고 '이 영화 재미없나보다'라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이번 평점테러가 상영 중인 영화 혹은 부가 서비스를 시작한 영화 뿐만 아니라 한국영화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 역시 제기되고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일반인들의 의사표현은 나무랄 게 아니지만 기본이 되지 않은 네티즌이나 목적성을 가진 네티즌에 의해 테러가 일어나는 것은 인터넷상에서 신뢰를 깨는 일이라고 봐야한다"면서 "이런 현상이 자칫 잘못하면 영상 문화의 퇴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스크린이 흔히 말하는 '바보상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판단이 관객들의 시선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이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영화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어디까지나 온라인상의 평점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 '파파로티' 관계자는 "영화에 의리가 없다는 것이 진짜 그 사람의 생각일 수도 있다. 그것이 평점이다. 포털사이트와 이 문제에 대해 상의를 해봤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평점테러를 충무로 번성기의 걸림돌로 여기는 것과는 다르게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기는 시각도 많다. 평점테러의 타깃이었던 '연애의 온도'를 연출한 노덕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평점테러를 자행한 네티즌에 "그냥 즐거우시냐고 되묻고 싶다"라며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기는 태도를 보였으며 민병록 영화평론가 역시 "요즘 관객들은 평점에 의해 영화 선택이 좌지우지 되는 현상을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현재 중장년층 관객이 늘어난 상태인데 이들은 온라인을 보고 영화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라고 평했다. 관객들의 자성 능력이 커졌다는 것.
일부 네티즌의 장난으로 시작한 평점테러가 한국 영화 전성시대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경주 기자 l 2013.03.22 16:43
원문출처 : OSEN http://osen.mt.co.kr/article/G110956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