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기는 재래시장 투어
분식의 향연, 예비 부부들을 위한 알콩달콩 '광장시장'
라디오 광고에 등장하는 '보령약국'의 거리, 종로5가에 있는 '광장시장'은 재작년인 2011년 KBS TV '1박2일'을 통해 유명해졌지만 이곳은 사실 아는 사람들은 모두 잘 아는 보석 같은 서울의 재래시장이다. 1905년에 처음 생긴 광장시장은 6.25전쟁으로 잠시 사라졌다가 월남한 피난민들이 생활필수품과 군용물자, 외래물품 등을 거래하면서 다시 살아났다. 지금도 청계천 방향으로 나 있는 시장 끝 쪽에는 외래물품을 파는 할머니들께서 몇 분 계신다.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것은 풍부한 먹거리다. 이곳이 다른 시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장의 명당자리라 불리는 중앙로에 녹두전, 마약김밥, 잔치국수, 만두, 비빔밥, 떡볶이, 순대 등을 파는 분식점과 육회, 족발, 모듬회 등을 파는 노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는 점이다. 특히 광장시장에 왔다면 마약김밥과 녹두전은 꼭 먹어봐야 한다. 집집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지만 각각 고유한 맛을 지니고 있어 세 번 이상 방문하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집을 찾을 수 있다.
시장과 연결된 상가는 예비 부부들이 결혼준비를 할 때 많이 찾는 혼수시장으로 1층은 이불과 폐백음식을, 2층은 한복을 맞추는 곳이다.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광장시장이 한복으로 유명한 이유는 바느질과 미싱 솜씨가 뛰어난 기술자들이 이곳에 많이 모여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약재와 임산물, 청과물이 풍부한 '경동시장'과 '청량리청과물시장'
경동시장은 1호선 제기역에서 나오자마자 시작된다. '서울약령시'라 써 있는 시장 입구부터 각종 한약재를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곳은 조선 건국 초기 가난한 백성들의 가난과 병고를 돕기 위해 지어진 보제원이라는 의료 및 구휼기관이 있던 터라고 한다. 약령시를 한 바퀴 돌아 나오면 '경동시장 광성상가'가 나오는데, 광성상가에는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일대 농민들이 직접 생산하거나 채취한 농산물과 임산물들로 지천을 이룬다.
광성상가를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바로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으로 발길이 이어지게 된다. 본격적인 시장 투어는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1958년에 터를 잡은 이곳은 무엇보다 품질이 좋고 값이 저렴한 도매시장으로 유명한데, 특히 새벽에는 시장 안이 붐빌 만큼 손님이 많다고 한다. 또, 청과물 도매시장이라고 과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우엉, 마, 감자, 양파, 옥수수 외 다양한 식재료들을 팔고 있다.
광성상가에서 청과물 시장으로 연결되는 입구 옆으로는 기다란 터널 형태의 시장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생닭, 정육, 생선 및 각종 채소를 비롯해 고춧가루와 들기름 등을 짜는 방앗간들이 듬성듬성 들어서 있다. 시장을 돌다가 배가 출출해지면 솥에서 직접 쪄낸 옥수수나 시장 바깥 길에서 파는 삶은 오리알을 먹어보길 바란다.
바다향기 그득하고 보기만 해도 입맛 당기는 '노량진 수산시장'
노량진역에서 육교로 바로 연결되어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은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오게 되는 곳이다. 철로를 가로지르는 다리 하나를 건너면 수산시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오는데, 그 계단 중간에 서서 보면 점포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시장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장에 들어서면 집집마다 싱싱한 해산물을 보여주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회를 쳐 포장해 가거나, 요금을 지불하고 식당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곳은 밤이 되면 전국에서 해산물을 싣고 온 차들이 모여든다. 새벽 1시부터 조개류 경매를 시작으로, 새벽 3시쯤에는 활어 경매가 이어진다. 혹 경매는 쉬더라도 도소매 시장은 연중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새벽 5시부터는 상인들이 낙찰 받은 해산물을 진열하고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다.
이곳 수산시장은 본래 1927년 서울 시청 부근 의주로에 개장되었다가 1971년에 지금의 노량진으로 옮겨왔다. 현재 활어, 선어를 비롯해 조개류, 갑각류 및 각종 냉동 해산물 등 370종이 넘는 해산물들이 거래되고 있다. 시장 틈틈이 대하튀김을 파는 곳이 있다. 횟감뿐만 아니라 일반 시장에 비해 갈치, 고등어 등의 생선을 매우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출처 : 동부화재 웹진